알면 알수록 따뜻한 이야기
직원 수기
저는 마음을 나누는 생활지원사입니다.

 “OOO 어르신, 계십니까-”

◇◇◇ 어르신의 추천을 받아 어르신 성함과 주소만을 들고 OOO어르신을 찾아뵙던 날이었습니다. 어르신은 낯선 외부인의 목소리에 잔뜩 날이 선 눈빛으로 방문 밖을 내다보셨습니다. 매서운 눈빛에 움츠러들었지만 지나칠 수 없었고 “OOO 어르신 되십니까?” 라고 확인을 시도하자 “할 말 없소.”라며 거절부터 하셨습니다. 


 “진명재가노인돌봄센터에서 왔습니다.”노인, 돌봄이라는 단어를 들으시더니 처음과는 다르게 표정이 풀어지셨지만 “필요 없으니 됐다.”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나 인근 동네를 지나가던 중 OOO 어르신이 생각나 집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드렸지만, 그냥 지나쳐버리셨습니다. 뒤를 따라가며 어르신을 부르니 그제서야 나의 얼굴을 바라보시며 쳐다보는 어르신의 얼굴에는 여전히 낯선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 어르신 알고 계시죠? 추천받아서 복지센터에서 나왔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또다시 “됐어요!”라고 단호하게 거절하셨습니다. 
며칠이 흘러 OOO 어르신의 모습이 아른거려 어르신 댁으로 향했습니다. 나의 본분을 생각하여 개의치 않고 어르신께 다가갔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저 기억 하시죠?” 어르신은 말을 거는 저를 빤히 한참을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여전히 매서운 눈빛이 다시 나를 움츠리게 했지만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 생각하여 활짝 웃으며 앉아 계신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았습니다. “그래. 기억나는데, 나 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소.” 어르신께서는 “다른 건 알겠는데 이 종이는 뭔지 도통 모르겠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지서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 후, 읽어드리니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셨습니다. 낡은 고지서 한 장 글자를 읽어드리는 도움을 드렸을 뿐인데, 어르신의 찌그러진 미간이 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르신께서 도움이 필요하실 때 언제든지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OOO 어르신은 6개월 전 배우자와 사별한 뒤로 홀로 계시며 생활 자체를 체념하고 사셨다고 하셨습니다. 꾸준히 방문하였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마음의 문을 완전히 연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한걸음 가까워지는가 싶으면,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일명 “사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이해도 되었고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제일 내 이야기를 제일 잘 들어줬구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이 이번에도 넌지시 흘리듯 하시는 말씀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시작되었고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어르신들에게도 조차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따뜻한 한마디와 관심을 보태서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제가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도 생활지원사도 코로나 장기화로 힘든 시간을 지나오고 있습니다. 어르신들과의 마음 거리 또한 한껏 가까워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