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물복지관에서 설거지 봉사를 시작한 지 어언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매주 목 · 금요일에 있는 범물복지관 무료급식에서 설거지 봉사 자리를 지키며 13년의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감사를 드린다. 설거지를 하면서 감사를 드리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으나 감사할 일들이 너무 많음을 깨닫게 된다.
먼저는 타인을 위해 수고하는 수많은 이웃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감사하다.
목사로서 많은 이웃을 만나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식사를 하러 오시는 어르신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감사하다. 코로나 전에는 무료급식으로 매주 약800여명의 어르신들의 얼굴을 보고 반가워하며 인사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약 600여명의 어르신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범물복지관에 봉사를 위해 오시는 단체의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봉사를 기다리는 이웃이 있어 감사하다.
복지관 설거지를 위해서는 목사님이 오셔야 빨리하고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매주 목, 금요일 항상 같은 시간에 몸이 아프지 않는 이상 13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봉사하다 보니 나를 기다리는 이웃들이 많아진 것이다. 만약 그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설거지 봉사자들이 설거지 하는 것을 걱정하고 염려하게 되었다.
설거지 앞치마를 입혀주며 박수치며 행복해하는 이웃이 있어 감사하다.
목사는 넥타이를 매고 가운을 입고 설교를 한다. 그런데 가운을 입혀주는 것이 아니라 앞치마를 입혀주며 즐거워하는 이웃들이 있어 감사하다. 앞치마를 입혀주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봉사하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라 여긴다.
이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시간들을 내려놓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과 삶을 작은 이웃의 시간에 맞출 때만 맛볼 수 있는 일이다. 앞치마를 입혀주는 이웃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를 내려놓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행복이다. 이 같은 행복을 더 많이 맛보기 위해 범물복지관에서 13년의 세월을 지켜온 자리를 계속 지켜 갈 것이다.
그리고 이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터전인 진명복지재단 범물종합사회복지관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